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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맵게 먹으면 위암 걸린다고?

대전 등록2003-12-22 조회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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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고추는 맵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 고추 서너개를 빻아 가는 관으로 위 속에 직접 집어 넣으면 위는 어떻게 될까.
위에서 불이 활활 나는 것처럼 열이 나고, 위벽도 헐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위 내시경을 들여다보면 위점막조차 전혀 손상이 없다.

미국 휴스턴 소재 원호병원 데이비드 그람 박사팀은 매운 고춧가루가 위점막에 어떤 해를 입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런 엽기(?)적인 시험을 했다.

연구팀은 시험 결과를 근거로 매운 음식과 위점막 손상과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저명한 의학학술지에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캅사이신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밝혀냈다.
피부암 세포를 주사한 쥐에 캅사이신을 발라주자 그 중 60%만이 피부암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캅사이신을 발라주지 않은 쥐들은 1백% 피부암이 발병됐다.

음식을 맵게 먹으면 위를 헐게 해 결국 암에 잘 걸린다는 속설과는 달리 매운맛이 되레 위벽을 보호하고, 암 억제 효과가 있는 등 그 신비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캅사이신은 고추의 매운 맛의 주성분이다.
고추에 함유된 캅사이신이 많으면 많을수록 맵다.
고추 품종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보통 0.5~1.5%가 함유돼 있다. 마른 고추가 1백g 있다면 0.5~1.5g의 고순도 캅사이신을 추출할 수 있는 셈이다.

국립싱가포르대 연구팀이 한 시험은 고춧가루가 위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 연구팀은 18명의 건강한 사람에게 한번은 아스피린만을 먹이고,또 한번의 시험에서는 20g의 고춧가루를 먹인 뒤 아스피린을 먹였다.
아스피린이 위점막을 헐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고춧가루를 먼저 먹이고 난 뒤 아스피린을 먹였을 때는 위점막이 허는 정도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1.5대 4로 훨씬 적었다. 숫자가 높을수록 상처가 심한 것이다.
결국 고춧가루가 위점막을 보호한 덕을 본 것이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말레이시아인이나 인도인,중국인 중에서 중국인이 대장암이나 위궤양 발생률은 가장 높다.
국립싱가포르대 연구팀은 이는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고추를 적게 먹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주 매운 고추를 먹으면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때가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진통제를 만들 수도 있으며, 쥐에게 이런 감각을 느끼는 유전자를 없애면 뜨거운 물도 찬물처럼 먹게 할 수 있다.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이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제약회사들은 캅사이신이 0.025~0.075% 함유된 진통제 크림을 시판 중이다.

진통제로 사용하는 원리는 이렇다.
캅사이신이 피부에 묻으면 그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몸 안에 있는데, 캅사이신이 많으면 그 신호를 전달할 신경전달 물질이 고갈돼 버린다.
결국 통증을 뇌로 전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서영준 교수가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캅사이신은 암의 전이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실험은, 쥐의 꼬리 정맥을 통해 암세포를 폐로 전이시켰으나 캅사이신을 먹은 쥐는 그 전이가 아주 적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쥐의 폐에는 커다란 암덩어리가 관찰됐다.
이는 캅사이신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명이다.
그리고 캅사이신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문을 네이처 리뷰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캅사이신의 항암작용과 암세포 자살 유도의 원리를 알아내면, 캅사이신 항암 신약의 개발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