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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물 자주 마시면 암 발생 가능성 줄어

대전 등록2003-12-09 조회3,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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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생리학자들에게 오징어만큼 고마운 동물도 없다. 오징어는 덩치에 비해 신경의 굵기가 가장 굵은 동물이므로 미세도관을 삽입해 전류를 측정하는 등 신경 생리를 연구하는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생리학자 호지킨과 헉슬리는 오징어 연구를 통해 신경의 전기생리학적 특성을 밝혀냄으로써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실험으로 밝혀낸 것 가운데 한가지가 유명한 역치(値)의 법칙이다. 역치란 반응을 유도하는 최소한의 자극치를 말한다.

이들은 오징어 신경에 미세전류를 흘러 넣고 근육이 꿈틀대는지 살펴봤다. 처음엔 미세전류의 크기가 점점 증가해도 근육은 수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류의 크기가 일정한 수준(역치)에 도달하면 비로소 근육은 꿈틀댔다. 예컨대 역치가 10mA라면 9.9mA를 흘려줘도 근육은 꼼짝하지 않았다.

즉 생물은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달리 자극의 세기가 증가할수록 비례해서 반응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역치 이상이냐 아니면 이하이냐에 따라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ne)" 법칙을 따른다.

언뜻 불합리해보이는 역치가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물은 짧은 순간에도 눈과 귀.코.피부 등을 통해 수백만개의 자극이 대뇌로 전달된다.

대부분 시시콜콜한 것들이다. 예컨대 독자 여러분이 앉아있다고 가정해보자. 엉덩이의 감각신경은 계속 피부가 눌린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할 것이다.

그러나 뇌는 역치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 신호들을 무시하므로 우리는 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만일 우리가 이를 일일이 의식해야한다면 정작 중요한 일은 감지하지 못하므로 생존이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역치는 비단 신경 뿐 아니라 인체가 수행하는 수만가지 신진대사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신진대사란 결국 여러가지 화학물질의 생성과 소멸에 다름 아니다. 이때 역치는 화학물질의 농도다. 대부분의 신진대사는 역치 이상의 농도에서 비로소 수행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음식과 공기를 통해 발암물질이 들어왔다고 해보자. 발암물질이 신진대사를 통해 암세포를 만들어낼 때도 역치의 원리가 적용된다. 즉 특정 농도 이상이라야 암세포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농도다.

농도는 물을 투입하면 묽어진다. 그러니까 같은 양의 발암물질이 들어와도 물을 많이 마셔 희석시키면 역치 이하로 농도가 떨어지면서 암 발생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이 말라야 비로소 물을 마신다. 그러나 현대인은 스트레스에 쫓기며 알코올과 카페인 음료에 절어있어 대부분 가벼운 탈수증세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을 많이 마셔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역치의 법칙은 운동에도 적용된다. 덤벨을 들 때도 역치 이상의 무게는 들어줘야 근력이 늘어난다. 가벼운 덤벨을 10회 드느니 무거운 덤벨 1회 드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횟수나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때 역치가 바로 여러분이 귀가 따갑게 들어온 운동의 금과옥조인 "종목에 관계없이 한번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3차례 이상 해야한다"이다.

평일 내내 가만 있다가 주말에 등산이나 골프를 한차례 했다고 온종일 운동했다고 자랑해선 곤란하다. 이 경우 오히려 부상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운동 효과를 얻으려면 띄엄띄엄 해선 안된다. 평일에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줘야한다.

발암물질이든, 운동이든 역치의 법칙을 따른다. 어려워 보이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몸에 좋은 것은 확실하게 해주고, 몸에 나쁜 것은 확실하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치의 법칙을 선용하는 길이다.

자료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