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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의사를 위한 굿모닝 닥터 2004년 02월 암! 알면이긴다(2) - 음식과 암

서울 등록2008-02-01 조회3,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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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암(癌)
 

음식과 암(癌)

 

Doll과 Peto라는 미국의 저명한 종양학자의 보고에 따르면 암의 원인 중 식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35%에 달한다고 한다. 즉 암의 1/3은 우리가 매일 접촉하고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음식물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토양이 기름진 곳에서 자란 나무는 잎과 과일이 풍성하게 열리지만, 산성화되고 척박한 땅에서 자란 나무는 왜소하고 볼품없이 자라고 심지어 돌연변이나 기형이 발생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환경이라는 조건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인체소우주(人體小宇宙)"라 하여 인간은 항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표현하였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말로 하루 세끼 먹는 것도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는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양부족으로 인한 소모성 질병들과 감염성 질환들이 문제가 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식단은 날이 갈수록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다. 식탁에는 고기와 튀긴 음식, 인스턴트 음식이 주류를 이루고, 대형마트 카트에 산더미처럼 가득 실린 라면, 과자, 음료수 등을 우리는 쉽게 접하게 된다. "부족(不足)"보다는 "과(過)"로 인해 제반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식품첨가물과 음식의 과다한 섭취는 체내에서 돌연변이세포를 발생케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발암물질로는 바로 탄 음식에 들어있는 '헤테로싸이클릭아민(Heterocyclicamin)'과, 햄이나 어묵 등에 들어 있는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 등을 들 수 있다. 헤테로싸이클릭아민은 대장암이나 방광암의 주요 원인물질이 되고, 니트로소아민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위암의 주원인이 되는 물질이다. 따라서 육류섭취를 절제하고 먹을 때에도 태우거나 튀기지 않고 담백한 조리방법을 사용하여 꼭꼭 씹어 먹는다면 발암인자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또 햄이나 어묵 등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를 줄이면서 너무 짜지 않게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도 발암인자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방법 중 하나이다. 환경오염과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인한 먹거리의 변화 또한 심각한 발암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인의 대변을 거름으로 사용할 경우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얘기는 우리가 얼마나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불규칙한 식생활 습관이다. 과식을 일삼고 아무 때나 음식을 먹는 잘못된 식습관을 우리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요즘 젊은 층에서의 암 발병률이 높은데 그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추측되는 것이 바로 인스턴트 음식과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음식을 담백하게 섭취하여 기와 혈을 충족하게 하라(薄滋味 養血氣)"고 하였고, 또 "하루에 있어서 금할 바는 바로 밤에 배부르게 먹는 것이다(一日之忌 暮無飽食)"라고 하여 현대인들의 과도한 음식섭취와 불규칙한 식생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러한 불규칙한 식생활습관과 잘못된 음식섭취가 바로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암 발생의 주 원인 중 하나는 전술한 바와 같이 식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개념을 가지고 식생활에 임해야 할 것인가? 한의학에서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고 하여 의료와 식이는 그 근본이 같다고 하였고, 서양의학의 의성(醫聖)으로 일컬어지는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한다"고 하여 식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작동하기 위한 원동력인 ATP를 생산하기 위해서 세포는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다. 암세포는 돌연변이세포로 정상적인 해당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무산소 해당과정만을 거치므로 많은 노폐물(락트산)을 생성하고 전해질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따라서 식이요법의 목표는 이러한 세포환경을 개선시켜 암세포가 활동하는데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있다. 식이요법의 원칙은 첫째, 인스턴트 음식을 가급적 피할 것, 둘째,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 것, 셋째, 흰 음식(흰쌀밥, 흰밀가루, 흰정백당 등)을 금할 것 등이다. 물론 이는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서 시행하는 보조요법일 뿐 식이요법만으로 암치료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최근 화학적 암예방(Chemoprevention)이라는 분야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울금(鬱金)의 주 성분인 curcumin, 대산(大蒜)의 주 성분인 Diallyl sulphide, 고추의 주 성분인 Capsaicin 등에 대한 암억제 효과는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현재 암의 보조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방법은 모순과 혼동을 초래하게 된다. 비타민 C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까지 받은 라노스 폴링 박사는 결국 비타민 C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였다. 또 한 연구에서는 베타카로틴이라는 항산화제를 계속 복용한 그룹이 오히려 복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폐암 발생률이 더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어느 한 성분이 암에 효과가 있는 기전이 밝혀졌다고 해서 이를 자연물이 아닌 합성물의 상태로 과량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예로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를 병행할 때 채식이 암에 좋다고 해서 무조건 채식만 한다면 결국 체력저하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각 치료시기별로 얼마나 효율적이고 정확한 관리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지 오로지 한 방법만으로 기적의 치료법을 찾아 헤매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인 것이다.
암환자의 음식습관에 대해서는 많은 잘못된 속설이 있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렸을 때 고기를 먹으면 안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고기도 식품의 일부이므로 적절히 육류를 섭취하는 것은 체내신진대사를 유지시키는데 필수적이다. 특히 육류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엽산이나 비타민 등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거대적아구성 빈혈 등 자칫하면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됬을까? 예로부터 큰 수술을 받으면 체력을 빨리 회복하고 수술상처부가 아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보신탕이나 곰탕 등을 먹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데 암은 아무리 수술을 잘하더라도 미세전이부가 남게 되며 또 체액의 산성화를 초래하는 식이습관은 암의 전이, 재발을 촉진하므로 고기 먹고 재발했다는 말이 나오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과도한 육류섭취가 암환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기름기가 너무 많이 포함된 육류를 섭취하게 되면 체내환경이 혼탁해져 암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므로 암환자가 너무 기름기가 많이 포함된 육류를 자주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이를 치료시기별로 적당하게 섭취하여야만 한다. 수술 후에는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이 좋으므로 담백한 살코기 부위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시에는 식욕저하, 전신무력 등 체력이 많이 떨어지므로 기름기를 제거한 사골국물이나 맵지 않은 추어탕 등 보양식을 섭취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치료가 끝난 후에는 전이재발을 방지해야 하는데 평소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과도했던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제한해야 하고 조리법 또한 중요한데 태우거나 국으로 섭취하는 것보다는 샤브샤브처럼 물에 데치거나 백숙, 수육처럼 푹 삶아 살코기를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침에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으므로 육류를 섭취하실 때는 평소보다 더 많이 씹어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암은 환경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외부환경이 내부와 접촉하는 경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이를 음식상(飮食傷)이라 하여 병의 원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음식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과식을 피하고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타액편(唾液篇)에서는 "타액은 옥(玉)과 같아 잘 보전하면 장수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한방에서는 침을 옥천(玉泉) 혹은 진액(眞液)이라 하여 귀하게 여겨 왔다. 침 속에는 아밀라제(Amylase)라는 효소가 들어 있어서 1차적으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며 만일 충분히 음식물과 혼합이 안 될 경우 그 부담이 모두 위로 전가가 된다. 또 침 속에는 발암 물질을 해독한다고 알려진 항산화물질인 '페록시다아제(Peroxidase)'와 항노화물질인 '파로틴(Parotin)'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옛날 선현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정좌를 하고 이빨을 나이 수 만큼 두들긴 후 입에 고인 침을 삼켜 단전(丹田)까지 내려가게 하는 고치법(叩齒法)이라는 양생법을 생활속에서 실천했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고 소식 및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습관은 공해에 찌든 환경에서 살고 있고 과다한 음식에 노출이 되어 있는 현대인들에 있어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대전대학교 부속 한방병원 한방종양과 진료교수
한의학박사 유화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