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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마음 치료에 눈뜬 우리 시대의 젊은 상의上醫들

서울 등록2008-01-31 조회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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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치료에 눈뜬
우리 시대의 젊은 상의上醫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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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련을 하고 한의학의 깊은 원리와 철학을 이해했다는 대전대 한방병원 유호룡, 유화승 교수와 새내기 한의사들.

 
마음 치료에 눈뜬
우리 시대의 젊은 상의上醫들

모든 병은 마음에 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질병에 걸린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해 그 뿌리를 뽑아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들 스스로 마음을 버리고 진료에 임하는 젊은 한의들이 인술의 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병의 치료뿐 아니라 마음까지 풀어내는 이들은 상의上醫가 되기 위해 열심히 스스로를 비워가고 있다.

 
마음 비우고 깨달은 마음치료의 길

“옛 문헌에 보면 하의下醫는 병을 치료하고 중의中醫는 병과 더불어 몸을 치료하고 상의上醫는 병의 근원인 마음을 치료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에 공감은 하고 있었지만 정작 마음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몰랐어요. 그런데 마음수련을 하고 나서 그 방법을 알았습니다.”
대전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종양과 유화승 교수(33)는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마음수련의 원리를 이용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환자들과 상담할 때 그들이 집착하고 있는 마음의 부분을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가능하면 직접 수련을 할 수 있도록 권한다.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환자들에게 마음수련을 권할 수 있는 것은 그 스스로 수련을 하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교수는 마음수련을 한 후 의사로서 얻은 것이 매우 크다고 한다. 암이라는 병을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평소 의사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가 빨리 호전되지 않으면 조급증이 일고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러나 수련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마음들이 ‘내가 환자를 꼭 치료해야 한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그런 욕심과 의사로서의 명예심 같은 것들을 모두 버리고 빈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니 전과는 달리 환자와의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도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이 되더군요. 결과적으로 치료율도 높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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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한 명 진료하는 데 두세 시간

전주에 있는 ‘음양과 오행 한의원’에서는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두세 시간이 걸린다. 최근에 불면증으로 찾아온 30대 후반 여자 환자의 경우 반나절이 걸리기도 했다. 정신과적인 상담치료가 아닌 한 일반적으로 진료 시간이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참 특이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니 다른 환자들이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게 마련이지만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들 또한 그렇게 길게 진료를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런 진료를 기대하고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별난 한의원의 원장은 이제 갓 서른이 된 젊은이 송주석씨다. 그를 찾는 환자들은 병증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평소 마음에 맺혀 있던 억울한 일, 속상한 일 등을 신세한탄처럼 늘어 놓는다. 송원장이 이런 진료방식을 취하는 것은 병을 고치는 데는 무엇보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의 불면증 환자의 경우 아침 열한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 점심도 먹지 않고 시집살이 이야기를 하며 펑펑 울고 간 후 증세가 급격히 호전되었다고 한다.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그 긴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 없겠죠.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라기보다 환자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원장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대학 졸업반 때 만난 마음수련이 계기가 되었다. 그가 한의사의 길을 택한 것은 진로와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개인적인 사심으로 선택한 길이다 보니 졸업할 무렵 “내가 과연 나가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왔다. 자신이 가야 할 한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가 생겼다. 그렇게 힘이 들 때 친구로부터 마음수련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수련을 하면서 그 모든 마음들이 내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겠더군요. 내 자존심과 욕심을 채워야 하니 잘못되면 어쩌나 두려운 거였어요. 자존심, 이기심, 욕심, 그런 것들을 다 버리고 나니 두려움도 사라지더군요.”

명예욕, 선입관 버리니 병증 판단 더 정확해져

아무런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는 편안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니 처음에 낯설어 하던 환자들도 점점 편안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치료한다는 위치에서 보면 의사와 환자는 수직적 관계가 되겠지만, 환자 스스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장이라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수평적이 된다. 환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는 아무래도 수평적 관계에서 더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30세의 젊은 한의사 송주석씨는 그렇게 수평적 관계에서 환자와 마음을 터놓으며 그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고 있었다.
서울 명일동에 위치한 ‘동평한의원’원장 한용우씨(41)는 마음공부를 하기 전 환자를 볼 때면 분별부터 했다고 한다. 남자니 여자니, 노인이니 젊은이니, 부자니 빈자니 하는 분별을 하며 선입관을 가지고 환자를 보니 병증을 판단하는 데도 그런 선입관이 작용하여 정확한 진단에 장애가 됐다.
“게다가 제 경우엔 의사라는 명예욕이 엄청나게 컸습니다. 5대째 한의사 집안인데 그에 대한 프라이드도 무척 강했구요. 진정으로 환자를 위해 치료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명예욕과 성취감을 위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는 마음수련을 하면서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련을 통해 그런 욕심을 놓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판단의 잣대도 모두 버리고 객관적으로 환자를 보니 훨씬 명확하게 진단이 되었고 병의 원인이 되는 마음상태도 잘 보이더라고 한다. 약 처방과 함께 병의 근본 원인이 되는 마음의 원리에 대해서 설명해주니 환자들도 자신의 병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빨랐다. 당연히 치료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들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자기 마음의 집착 부분을 꼬집어주니 속이 시원하다고들 한단다. 수련 후 그를 찾는 환자의 수가 크게 늘었지만 몸의 피로는 훨씬 덜하다고 한다. 사심 없이 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한원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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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우주의 원리를 인체에 적용한 것
수련 후 그 철학과 원리 이해

한의사들의 마음수련은 의학적 관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살면서 쌓아온 마음을 버림으로써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마음수련의 원리가 한의학의 기본원리와 상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마음수련을 통해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몸과 마음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체험으로 깨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을 버리다 보니 막혔던 기혈이 뚫리고 몸의 건강이 회복되는 것을 수련을 하는 동안 모두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원광대 한방신경정신과 김태현 교수는 마음수련 후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혼란스러웠던 부분들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우주의 원리를 사람의 인체에 적용한 것입니다. 마음수련 후 사람의 본성이 우주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전에는 어려웠던 철학적인 부분들이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됐어요.”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나니 새로운 학설을 접할 때도 이해가 빨라지고 서로 상반되는 이론들을 만날 때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송주석 원장 또한 재학시절 천인합일 사상이라든가 음양이론 같은 동양철학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인간이 소우주라는 것, 음양으로 만물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들을 그저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뭔가 확연하지 못한 데서 오는 찜찜함이 있었다. 그런데 마음수련 후 그런 원리들이 너무나 쉽고 명확하게 이해가 됐다.
“사람은 소우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우주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우주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죠. 내가 우주이듯 상대도 우주이고 세상만물이 다 그렇다는 걸 알고 나니까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삶의 가치관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자신의 경제적 안정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남을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더군요.” 그는 마음수련을 통해 스스로를 진정한 의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송원장뿐만 아니라 마음수련을 한 한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보다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일부러 새삼스럽게 마음을 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수련을 통해 개인의 이기심과 욕심을 버림으로써 저절로 의식이 확장되어 나보다 전체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자연스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놀라운 체험이었던 것이다.
학문적 관심으로 시작한 마음수련을 통해 진정한 의료인으로 거듭나는 체험을 하게 된 그들은 병의 근본적인 치료는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마음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상의上醫가 되기 위해 한 티끌도 남지 않는 평정한 마음이 되도록 스스로를 비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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