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탄고지 식이에도 맹점이 있다

2019-12-17 09:37:54 게재

전형준 교수 대전대 서울한방병원

새롭게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하게 만든다. 다이어트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팔레오, 앳킨스, 케토 등 어느 하나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다이어트가 인기를 얻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며 살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가장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저탄고지 식이 즉, 케톤 식이 다이어트법에 대해 알아보자.

이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필자도 2주 동안 해보았고 그 전까지는 올라가기만 하던 체중이 말 그대로 2.3kg 빠지게 만든 방법이다. 첫 일주일은 활력이 넘치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쉬웠으며 평소 자주 먹던 간식에 대한 지속적인 욕구 또한 사라졌다.

아침은 기버터, MCT 오일(코코넛 오일의 중쇄 지방산만을 추출한 오일)을 넣고 소규모 생산 원두를 프렌치 프레스에 내려 만든 기름진 방탄커피와 완전무결 지방에 속한다는 아보카도를 곁들여 먹었다. 또는 케톤 식이대로 버터에 베이컨을 구워 먹기도 했다. 2주차부터는 버터 조각을 병원에 챙겨가 점심에 나온 미역국에 넣어 먹기도 했으며 저녁 식사는 방탄커피의 창시자 데이브 아스프리가 권장했듯이 탄수화물 식사를 했다. 다이어트 도중에 꼭 찾아온다는 브레인포그와 케토플루도 겪었다.

열흘 뒤 최근 높았던 간수치가 정상으로 내려가고, 중성지방 수치도 아직은 높지만 예전보다 약간은 감소했다. 걷거나 조깅을 하면 복부에 지방이 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운동 효율이 올라간 느낌도 좋았다. 게다가 시작 며칠 뒤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매력적인 부분은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소화가 안 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가 싶다가도 그와 달리 밤새 꽉 막혀있는 명치 때문에 잠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새벽부터 활력을 급속도로 끌어올릴 수 있고, 바쁘게 일하면서도 운동까지 할 체력이 생긴다는 매력에 중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췌장염'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케토 식이는 약물치료에 내성을 나타내는 간질 발작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으로, 그 효과가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즉, 뇌에 포도당 대신 케톤을 연료로 보내면 뇌세포에서 유발되는 간질 현상이 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보고를 발견했는데, 9세 아이가 간질 발작 치료를 위한 케토 식이를 하다 출혈성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15428명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 나온 결과인데, 우리가 탄수화물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총 섭취 에너지의 50%에 못 미치거나 그보다 많아질 경우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뚜렷한 U자 모양 그래프의 맨 아랫부분은 탄수화물 에너지 50%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 비율이 0과 100%를 향해 갈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있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저탄고지 식이는 오히려 쥐의 체중을 증가시키며 내당능과 인슐린 분비를 개선해주지 못했다. 저탄고지를 바라보는 일관적인 긍정 논리를 다시 한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케토 식이는 지방산으로부터 발생한 케톤체가 포도당이 주로 하던 뇌세포 영양 공급을 대체하여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조절 및 산화방지 효과를 발휘하는 기전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반대로, 정상적인 뇌가 일상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요구량을 케톤 식이가 완벽히 대체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로 3주간의 케톤 식이를 이용한 무작위 대조군, 크로스오버 임상시험에서 저탄고지 식이를 시행한 참가자들의 각성 상태, 시각적 학습 능력, 기억력, 작업 기억, 수행 기능, 기분, 수면의 질 및 기상시 활동성은 일반적 식사를 한 참가자들에 비해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케톤 식이를 섭취한 쥐가 일반 식이를 섭취한 쥐에 비해 오히려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렇듯 간질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식이를 만병통치약처럼 소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모든 질병에 무턱대고 적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의학에서는 기름진 지방질이 유달리 많은 식사를 '고량후미'라고 하여 이를 다양한 질병의 원인 중 하나로 보았다. 반면 곡물의 효능은 대부분 소화기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게다가 현대인들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인 ‘밀’에 대해서 이미 ‘미량의 독이 있으며 오랫동안 섭취할 경우 풍을 유발한다'고 하여 곡물의 단점까지도 인식하고 있었다.

고량후미를 오랫동안 먹게 되면 어떤 병이 발생할까? 한의학적으로 비위 손상, 즉 소화기능이 저하되게 된다. 소화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초기 증상중 하나가 신기하게도 발열이다.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비위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인체의 보상작용으로 보았다. 또한 습담이 발생하게 되어 머리에 안개 낀 것 같은 증상이 생긴다고도 했다. 케토 플루는 마치 증상이 감기와 같고 브레인포그는 말 그대로 머리에 안개 낀 듯한 증상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이 증상들은 곧바로 사라진다.

각종 다이어트는 장단점이 있다. 몸에 맞게 적시에 이용한다면 건강과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일단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단점보다는 장점, 그리고 마케팅과 같은 상업논리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시도해 보는 것은 좋으나 맹신은 금물이다. 건강한 식사의 황금률은 결국 조화라는 단어 속에 녹아있다. 그 황금률의 비율을 찾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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