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유전체 의학의 도래와 한의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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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의학의 도래와 한의학의 미래

2197-37메이요 클리닉 라디오는 2018년 8월 팟캐스트에서 맞춤의학(individu

ali zing medicine)을 주제로 토론하면서 액체생검과 면역 치료제 등을 다루었는데, 액체생검의 의의는 ‘맞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주자’는 것과 ‘필요 없는 검사의 비용은 절감하자’이며, 현재 판매되고 있는 면역치료제의 가격도 매우 고가인 만큼 미리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전자 의학은 점차 발전하여 액체생검(liquid biopsy)을 통해 어디서 암이 기원하는지 알아낼 수도 있게 되었고, 유전체 정보에 맞게 어떤 음식이 지방 감소를 유발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액체생검이란 혈액이나 타액 같은 액체에서 특정 장기의 유전체를 포착하여 그 이상과 변이를 진단해내는 것이다. 이는 암치료에 있어 암의 진행 정도, 치료의 반응정도 및 항암제 내성 등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어 비용을 절감하고 치료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의학은 극소량의 성분으로부터 더욱 더 많은 정보를 예측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1,005명의 비전이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액체생검을 시행하여 임상적으로 어떤 암인지를 구별해내는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70%에서 양성 판정 및 5개 암종(난소, 간, 위, 췌장, 식도암)에서 69~98%의 민감도를 나타내었다. 또한 812명의 대조군 중 7명에서만 위양성을 나타내어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었다.ㅤ



액체생검과 함께 떠오른 또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는 바로 장-신경계 축(Gut-Brain Axis, GBA) 이론이다. 이는 장관계와 신경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추신경계의 성숙과 기능 발현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발표되었고, 신경학적 질환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알츠하이머 병, 근위축성 축삭 경화증인 루게릭병 등과의 연관성이 점차 밝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인 바리셀라-조스터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는 장의 신경 뉴런에 잠복한다는 연구 결과까지도 나왔다. 또한 항암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며 세포독성 항암제의 치료 효율에도 관여한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이 이론은 향후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큰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ㅤ



그렇다면 유전체 의학 시대를 맞이하여 한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장-신경계 축이 나타낼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질환군과의 연계성은 이동원의 비위론(脾胃論)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비위가 가지는 넓은 치료 스펙트럼과 닮아 있다. 한의학에서 말한 ‘비위가 인체 건강의 중심축’이라는 이론이 역대 의가들에 의해 수없이 중요하게 언급됐음에 반해 최신 트렌드의 현대의학과 관련하여서는 상대적으로 진지하게 연구되거나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내 미생물 체계에 미치는 한약치료에 대한 연구들이 점차 진행되고 있다. ISME 저널에 게재된 187명의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갈근금련탕(갈근, 황련, 감초, 황금)을 투여한 12주간의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연구에서는, 중등도 및 고용량 치료군에서 공복 혈당 수치와 당화혈색소의 현저한 감소를 나타내었는데 연구진은 감소의 원인을 파에칼리박테리움 프라우스니트지(Faecalibacterium prausnitzii)라는 2형 당뇨에 이익이 되는 미생물군을 활성화시킨 데에서 찾았다. 또한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시호소간산이 항생제로 인해 유발된 장내 미생물 군집붕괴(dysbiosis) 상태로부터 보호하는 효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단순히‘비위론=마이크로바이옴’ 의 등식관계로 ‘한의학이 옛날부터 외쳐왔다’를 주장하기 보다는 근본부터 과연 한의학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차근차근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의학은 맞춤의학(Tailored medicine)으로 전통적인 체질의학이 발달해 있고, 환자에 따른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을 통해 한명 한명에 맞는 처방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유전체 의학과 접목된 명확한 근거의 제시를 통해 맞춤의학과 정밀의학을 내세울 때이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의 정신에서 성장했으므로 열린 마음으로 철저하게 자기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시대의 큰 흐름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한의학과 액체생검이나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맞춤의학과의 객관적 연관성에 대해 증명과 폐기를 꾸준히 반복해 나갈 때 비로소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전통을 지속적으로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펼칠 수 있는 신뢰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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