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속의 통합암치료

2018-07-19 11:11:15 게재
유화승 대한통합암학회 부회장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국내에 '통합암치료(Integrative Oncology)'가 소개된 지 어언 20년이 흘렀다. 이미 미국에서는 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가 엠디앤더슨, 하버드 다나파버,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등 미국 유수 암센터를 중심으로 2004년에 설립돼, 매년 근거 중심적 연구성과들을 토의하는 통합암학회가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해 10월 미국 아리조나주 스콧스달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미국 국립암연구소 암보완통합부와 중국 중의연구원 광안문병원이 중심이 돼 설립한 국제중의종양연합이 워싱턴 DC 미국 국립보건원에 본부를 두고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통합암치료 분야 중 생존기간 연장 및 삶의 질 개선에 있어서 한약, 침, 기공 등과 같은 한의학적 치료기술들은 그 핵심 치료기술이 되고 있다.

이미 세계적 권위의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항암치료 후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에 대한 한의학적 변증치료를 통한 삶의 질 개선 논문이 실렸다. 또한 암 치료를 위한 치료 표준을 수립하고 연구를 수행 할 수 있는 연합기구인 국가 연합 암 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는 침 치료 등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치료기술들이 그 근거 및 권고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는 2015년 대한통합암학회가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근거중심적으로 융합해 암 환자 삶의 질 및 생존율을 높이는 것을 기치로 삼아 출범함으로써 한국형 통합암치료 구축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한 대한통합암학회는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명실 공히 이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로서 전문가 교육과정, 대국민 간담회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대형암센터 통합암치료에 인색

아직까지 국내의 의료 환경이 전 세계가 나아가고 있는 통합암치료를 수용하는데 있어서 인색하다. 대형 암센터보다는 오히려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통합암치료의 임상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고 다양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들과 체계적 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어 그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접근 및 근거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진료실에서 암환자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많은 분들이 보완적, 대체적 치료방법을 물어보시곤 하신다. 어떤 치료방법이 암에 좋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 나도 무분별하게 접근하는 모습을 무수히 보아왔다. 이럴 때마다 저자는 환자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난 후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이익과 위험을 알려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특정 치료방법에 대한 암환자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통합암치료를 배척하는 국내 의료 시스템의 현실이 더 문제일 듯하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못한 보완적, 대체적 암 치료법들은 환자분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술 가능한 유방암 환자가 보완대체적 치료법에 매달리다가 악화되어 전신전이가 발생하거나, 표적치료가 가능한 폐암환자가 표준치료를 거부하고 대체요법에 매달리다가 급속히 안 좋아지는 경우 등이다.

환자 중심 관점에서 개방적 치료 필요

통합암치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전통의학의 가치는 과학적인 연구를 거쳐야만 현대를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암이라는 질병은 참으로 복잡하고 까다로워 아직 어느 누구에게도 완전히 정복되지 않았다.

따라서 다학제적, 초융합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는 통합적인 치료법을 통해 암질환 정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통의학과 현대의학 어느 한쪽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검증되고 연구돼야만 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최종적으로는 '환자 중심'이 돼 그 혜택 또한 환자들에게 돌아가야만 한다. 이제는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때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의·한 대립과 같은 구태의연한 직능 이기주의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를 향해 진보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유화승 대한통합암학회 부회장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