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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영화배우 장진영의 항암제 치료 중 한방 뜸치료 논란에 대해

서울 등록2009-01-23 조회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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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 영화배우인 장진영씨가 위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던 중 한방치료를 병용하여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뜸치료를 받은 것인데 이것이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것이 아니라 무자격자에게 시술을 받은 것이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

암환자들에게 시행되는 통상 치료법으로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이 있다. 이중 항암화학요법은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가능하게 하거나, 수술 후 전이 및 재발을 방지하게 하기위한 예방적 조치로 시행되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증상의 악화를 둔화시키기 위한 보존적 목적을 가지고 시행하게 되는 전신적이고 반복적인 치료법이다.

대개의 항암제들은 암세포의 무절제한 성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정상세포 또한 분열과 성장을 하기 때문에 정상세포에도 마찬가지의 영향을 주게 되고, 그 결과 항암화학요법을 장기간 받을수록 암환자의 항암제로 인한 후유증은 증가하고 환자는 점점 허약한 상태가 된다. 항암화학요법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 중 상당수는 항암요법제가 모든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전에 환자의 체력이 항암화학요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유지되지 못하는 예에 해당한다. 항암제의 부작용으로는 오심, 구토, 식욕부진, 섭식장애 등 환자가 직접 느끼는 증상부터 호중구감소증, 빈혈, 간기능이상, 신기능이상 등 환자는 느끼지 못하나 검사 상 나타나는 소견까지 다양하다.

뜸은 쑥 등의 한약물을 체표의 경혈자리에 놓고 이를 태워 열감을 체내에 투입시킴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에 이용되는 한의학의 한 치료분야이다. 예로부터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뜸이 경혈자리에 미치는 온열작용은 체내 면역조절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동물 실험상 보고되고 있으며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효과들이 입증되고 있다. 81명의 항암화학요법을 시행 받은 중기 및 말기 암환자를 3군으로 나누어 시행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는 위약 및 한약물 치료군보다 뜸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항암화학요법으로 발생한 임파구 감소를 예방하는 효과가 보고되었다(Zhong Xi Yi Jie He Za Zhi. 2002 Feb;22(2):104-6). 또 221명의 암환자 중 뜸치료군과 대조군을 나누어 시행한 무작위배정 다기관 임상시험에서는 호중구감소증 치료효과는 물론 항암화학요법의 치료율 및 반응률이 84.1% 및 66.4%로, 대조군의 35.2% 및 33.3%인 것에 비해 월등한 우수성을 보였다(Zhongguo Zhen Jiu. 2007 Oct;27(10):715-20).

뜸치료는 우수한 효과에 비해 시술법이 간단하여 임상은 물론 민간에서도 널리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나, 단순한 온열 이상의 치료원칙과 의미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근거중심의학적인 연구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또 직접 피부를 태우는 방식이 특히 골수기능이 억제되어 있는 항암제 중의 환자에게 시행되었을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또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에만 의존한 요법이 비의료인에 의해 행해지는 것은 한의학의 퇴보를 야기할 뿐이다. 의학은 기술이지만 동시에 과학이다. 기술만으로는 의학이 성립할 수 없고 발전할 수 없으며 발전 없는 의학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의료인은 의료를 시행하는 기술자일 뿐 아니라 의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학문적 소양을 지닌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민족의학신문 2008년 12월15일 월요일 제690호 11면 기사
유화승 대전대학교부속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