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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전립샘암, 일찍 잡아야 남성 살린다

서울 등록2004-10-19 조회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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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 일찍 잡아야 ‘남성’ 살린다



[동아일보]

일본 자위대 출신의 A씨(55)는 전립샘(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이다. 전립샘암 지표인 전립샘특이항원(PSA) 수치는 1600을 넘었다. 보통 PSA 수치가 4를 넘어서면 암을 의심해 정밀검사를 권한다.

암세포는 뼈에 전이됐고 폐까지 침투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5년 이내에 사망할 것 같다는 관측이 더 절망적이었다. 의사는 몇 종류의 호르몬 치료제를 함께 처방했다.
 
호르몬 치료를 한 지 2년여. 기적이 일어났다. 아직도 치료를 받기는 하지만 몸에서 암세포는 거의 사라졌다. PSA 수치도 0.08로 내려갔다.
 
이달 초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제27회 국제비뇨기과학회(SIU)에서 발표된 치료 사례다. 전 세계 5000여명의 비뇨기과 의사가 참석한 이번 국제학회에서는 호르몬 치료효과에 대한 발표가 많았다. 이와 함께 전립샘암의 예방과 조기발견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한국, 조기발견 적은 편이다=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전립샘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여러 논문을 종합해 보면 미국과 유럽,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아직도 국내의 조기발견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PSA 검사가 활성화된 미국과 일본에서는 전립샘암 환자의 70∼80%가 병 초기에 발견되고 있다. 나머지도 대부분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발견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립샘암 환자의 50∼60%가 중기로 접어든 뒤에 발견된다. 심지어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 초기라면 암세포는 전립샘 내부에만 있기 때문에 해당 부위만 수술로 제거하면 성기능 장애 없이 거의 완치된다. 그러나 중기로 접어들면 수술해도 25% 정도는 재발해 호르몬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
 
▽삶의 질 높이는 호르몬 치료=호르몬 치료는 남성호르몬을 차단해 암세포의 성장을 지연시키는 것. 국내에서는 암세포가 뼈로 전이됐거나 통증이 극심할 때, 수술이 끝났을 때 등 주로 보조요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호르몬 치료가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면서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크다는 보고서가 이스라엘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발표됐다. 호르몬 치료로 완치는 어렵지만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

나아가 최근 일본에서는 완치를 목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초기 또는 중기 전립샘암 환자의 60% 정도를 호르몬으로 치료한다. 미국은 20% 정도.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호르몬 치료제는 하루에 한 알만 먹으면 되는 카소덱스를 포함해 유렉신, 안드로크 등이 있다.

▽남은 과제는=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사용했을 때 성기능 장애, 우울증, 얼굴홍조, 뼈엉성증(골다공증), 간 손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작용을 줄이는 연구가 한창이다.

또 호르몬에 내성이 생겨 나중에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암세포가 재발하게 된다. 언제, 어느 정도의 용량으로, 얼마만큼 사용하는 것이 최적인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호놀룰루=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콩-된장 많이 먹으면 예방 효과”▼

콩을 먹으면 전립샘암에 덜 걸린다는데….

한국과 일본의 비뇨기과 의사들의 연구모임인 ‘한일전립샘연구회’는 3년 전부터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연구결과는 3년 후에야 나올 예정이지만 이번 학회에서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회는 한국인 122명, 일본인 133명, 미국인 45명을 대상으로 콩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이란 식물성 호르몬의 소화능력을 조사했다. 이 호르몬은 소화되면서 ‘에쿠올’이란 물질로 바뀐다. 에쿠올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
 
연구회는 전립샘환자 그룹과 건강한 남성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한일 양국의 ‘건강그룹’의 50∼60%가 에쿠올을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환자그룹의 에쿠올 생성능력은 30%를 넘지 않았다.

미국은 환자그룹 정상그룹 차이 없이 14∼17%에 불과했다. 한일 양국에 비해 에쿠올 생성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연구회의 한국대표를 맡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이상은 교수는 “이는 콩을 잘 소화할수록 전립샘암 발병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한국과 일본이 미국보다 전립샘암 환자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바(筑波)대 아카자 히데유키(赤座英之) 교수도 “전립샘암을 예방하려면 콩이나 콩을 원료로 한 식품, 가령 된장으로 만든 것을 많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카자 교수는 이 밖에도 비타민E, 셀레늄 등이 전립샘암 예방에 좋은 영양소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2004-10-17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