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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술, 간, 암

서울 등록2004-09-13 조회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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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병술을 마시면 술병이 생긴다. 병으로 술을 마시면 술에 의한 병을 얻는다는 것이다. 술이 일단 입에 들어가면 입과 목구멍에서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술이 위(胃)로 들어가면 보통 20%의 알코올이 거기서 흡수되며, 나머지 80%도 소장에서 빠른 속도로 흡수돼 술을 마신 지 20분쯤 뒤면 알코올이 온몸에 완전히 퍼진다. 물과 술을 흡수하는 과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물은 위에서는 거의 흡수되지 않고 소장에서 80%. 대장에서 20% 흡수된다. 마신 물이 소장에 넘어가기 전에는 물을 더 많이 마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알코올은 소변 배출을 촉진하는 이뇨작용까지 하기에 술을 마시면 자주 화장실에 드나들고 체외로 빠져나간 소변만큼 계속 술을 마실 수 있다. 그래서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최고 몇ℓ나 되는 술도 마실 수 있지만, 물은 같은 자리에 앉아 1.8ℓ 이상 마시기가 힘들다. 간은 우리 몸이 흡수하는 알코올의 90%를 처리하고, 나머지 10%는 소변이나 땀,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술은 적당히 잘 마시면 보약이 될 수도 있지만 과음을 할 경우에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암의 발생 빈도와 음주량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특히 구강암과 식도암의 경우는 음주량과 암의 발생 빈도가 정비례한다. 술을 마시면 가장 먼저 접촉하는 신체 부위인 구강과 식도에는 유해산소를 중화할 수 있는 여러 항산화제나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적어서 암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음주자의 경우 비음주자보다 구강암과 식도암이 발생할 확률이 16배 정도 높아진다.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의 50% 이상은 간과 장의 벽에 있기에 음주로 인해 심각한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약효가 줄어들기도 한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거의 100%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더 심하면 음주자의 10~20%는 알코올성 간경화증을 일으킨다. 하루에 5잔 이상씩 장기간 과음을 하면 알코올성 심근경색증을 일으킨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주를 하면 원상태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 밖에도 과음에 의한 질병에는 십이지장염, 유두염, 십이지장궤양, 소장염, 흡수불량증후군, 통증, 말초신경염, 대퇴골두 괴사, 베르니케 코르사코프 증후군, 알코올성 소뇌 변성증, 치매, 위염, 급성 위궤양, 췌장염, 당뇨병, 대장암, 치질 등이 포함된다. 현명한 술꾼이 술을 더 즐길 수 있다.

출처 : 한겨레21